코물혹(비용종)과 축농증을 앓고 있던
연예인 지망생 환자분
몇년전으로 기억됩니다.
아주 말끔하고 훤칠한 키를 가진 20대초반의 젊은 남자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왔습니다. 한눈에 봐도 TV에 출연해도 될 만한 외모를 지녔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젊은 환자는 자신은 연예인이 되고 싶어 준비중인데 대화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감기 걸린것 아니냐고 자주 묻는다고 합니다.
늘 코막힌 소리가 날 뿐만 아니라, 언제나 한쪽 코가 막혀서 대사를 연습할 때면 발음에도 문제가 있고 특히 침을 삼킬 때 코뒷쪽에 뭔가 걸려있는 이물감을 지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간단한 비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쪽 코안에 굉장히 큰 물혹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안좋은 혹, 예를 들어 악성종양 같은 종류는 아니었지만 코안에 문제가 있을 때 종종 발생하는 비용종이라는 질환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물혹의 크기가 커서 한쪽 축농증 공간(부비동)의 배출구를 완전히 막고 있는 양상이었었죠.
물론 물혹이 없는 축농증(부비동염)의 경우는 약물치료를 먼저해보는 것이 첫 시도일 수 있지만 그 환자분 같이 물혹이 발생하고, 또 그 크기가 매우 클 때에는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봐야합니다.
또, 환자는 빠른 치유를 원했고, 자신의 장래에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발음에 영향을 주는 코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수술은 비내시경을 이용한 비용종 절제술과 더불어 한쪽 코의 부비동(축농증 공간)의 배출구의 막힘을 해결해주는 비내시경 부비동 수술(축농증 수술)을 함께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수술 당일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환자분은 담담히 그리고 의연히 수술을 잘 받으셨고 술후에는 이런 말씀도 해주시더군요
"수술 앞두고 긴장 많이 했는데, 차분히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수술 도중에도 좋아하는 편안한 음악도 흐르고 해서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술후 환자의 상태는 바로 며칠만에 호전되기 시작했고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증상은 놀랍게 좋아졌습니다. 워낙 물혹이 컸을 뿐만 아니라 술전에 환자분이 느끼시던 불편함도 매우 컸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벌써 수년전의 일이지만 마치 무슨 마술이라도 쓴 것 같이 좋아진 증상호전으로 놀라워하고 좋아하시는 환자분의 맑던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지금은 TV에도 출연하는, 그분이 바라시던 연예인이 되었습니다. 또, 술후에 증상의 변화를 직접 느끼시고 아시는 주위 분들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중에는 이름만 말해도 아는 연예인분들도 계셨구요.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위해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은 비염수술과 축농증 수술을 받으셨고 좋은 결과를 보였었습니다.
TV에서 그분을 보면 저는 늘 그분의 발음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발성과 비음이 거의 없는 담백한 음성을 들으며 수술 결과가 아직도 좋게 유지되고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소년 같던 외모에서 이제 노련미가 느껴지는 외형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박수도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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